한때는 불황의 수혜자였던 편의점, 지금은?

편의점은 오랜 시간 동안 경제의 불황조차 비껴간 '유통계의 이단아'로 불리며 고속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치솟는 물가, 소비 위축, 온라인 쇼핑의 확산 속에서도 점포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본사의 매출 역시 늘어나며 안정적인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처음으로 이러한 흐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2025년 1분기, 편의점 산업은 전년 동기 대비 매출 감소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숫자의 변화가 아닌, 구조적인 전환의 신호일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그 배경과 본질적인 문제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편의점 숫자, 정말 이렇게 많아도 되는 걸까?

2024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는 약 5만 4천 개가 넘는 편의점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는 인구 약 1,000명당 1개 꼴로, 세계 최고 수준의 밀도입니다. 반면 인구가 우리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일본은 약 5만 6천 개의 편의점을 보유하고 있어, 단순 수치만 보면 유사하지만 인구 대비로 보면 한국은 훨씬 과밀한 상태입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편의점 수가 사상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입니다. 2023년 말 대비 약 350여 개가 줄었고, 이는 편의점 산업 도입 이후 전례 없는 현상입니다.

점포 수 확대 전략, 왜 지금은 통하지 않을까?

편의점 본사들은 오랫동안 점포 수 확대를 매출 증대의 핵심 전략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그 논리는 단순합니다.

• 전체 매출 = 방문 고객 수 × 구매 단가 × 점포 수

고객 수나 구매 단가를 끌어올리는 데에는 시간과 자원이 들어가고 예측 가능성이 낮지만, 점포 수를 늘리는 것은 비교적 쉽고 빠른 방법입니다. 물류 규모가 커지면 단가를 낮출 수 있고, 그만큼 마케팅 여력도 생기므로 선순환 구조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이 전략은 '수익을 높이는 구조'이기도 하지만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이기도 합니다.

과잉 출점이 부른 수익성 악화

편의점 밀도가 한계에 다다르면서 점포 간 경쟁이 심해지고, 매장당 방문객 수가 감소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평균 객단가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매출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진 점포에 대해 본사가 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2025년 1분기, 주요 편의점 본사들의 영업이익이 줄어든 원인 중 하나가 이 지원금 비용 증가라는 사실은 이러한 구조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이젠 '차별화' 없이는 살아남기 어려운 시장

점포 확장을 통한 성장의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업계는 이제 ‘매장의 경쟁력 강화’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습니다.

제품력은 일시적 인기에 머무르고 있다

자체 브랜드 제품을 개발하거나 해외 인기 제품을 수입해 단기적인 화제를 끌기도 하지만, 유행 주기가 짧아 오래 판매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히트 상품 하나로 1~2년간 안정적인 매출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몇 달 만에 소비자 관심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카테고리 확장의 한계

편의점들이 와인, 영양제, 화장품 등 다양한 품목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미 이 시장은 전문 유통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어 차별화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가격 경쟁력 면에서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몰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편의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포화된 시장 속에서, 편의점 업계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지역 맞춤형 매장 전략

동네 인구 구조, 소비 패턴에 맞춘 맞춤형 상품 구성과 서비스가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오피스 지역에는 빠른 간편식을, 주거 지역에는 생필품 중심의 구색을 강화하는 방식이 이에 해당됩니다.

2. 프리미엄 고객층 겨냥

고급 원두커피, 수입 주류, 고단가 디저트 등 프리미엄 상품군을 강화하여 일반 유통채널과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3. 스마트 기술 접목

무인 계산, 앱 기반 결제 및 쿠폰, 스마트 발주 시스템 등 기술 도입을 통해 인건비와 운영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 편의는 높이는 방식이 앞으로의 생존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4. 디지털 연계 서비스 강화

배달 플랫폼 연동, 모바일 사전 주문, 픽업 서비스 등의 도입은 디지털 친화적인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마치며

편의점 산업은 이제 단순한 성장의 시대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점포 수를 늘리던 과거의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으며, 소비자의 취향과 요구에 더욱 정밀하게 대응하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편의점은 이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왜 찾아가야 하는지를 스스로 증명해야 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숫자가 아닌 ‘경험’과 ‘가치’가 중심이 되는 유통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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